8년 후 2017년, 세계적인 크레용 회사 크레욜라는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기본 제품인 24색 크레용 제품에 인망 블루를 넣고 싶어 했다. 어쩔 수 없이 퇴출된 색은 (노랑 계통이 많이 겹친다는 비공식적인 이유로) 민들레 색(Dandelion)이 되었다. 결국 인망 블루는 공모전을 통해 ‘블루티풀 Bluetiful’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24색 크레용에 포함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블루티풀(인망 블루)은 크레욜라의 24색 크레용에 남아있다. 참고로 인망 블루의 그 화학 재료를 크레욜라가 그대로 구현한 건 아니다. 되도록 인망 블루의 색과 가까운 색(아이들이 좋아하게 조금 더 밝게)을 만들었고, 하지만 오리건 주립대학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하는 등 인망 블루와의 공식적 파트너십은 있었던 셈이다. 인망 블루. 갑자기 발견된 새로운 색이 가장 상업적이면서도 대표적인 상품의 일원이 되어 우뚝 선다는, ‘파워풀한 새로운 등장’의 의미로 내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이야기다.
얼마 전 ㅇ모 기관에서는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이 있었다. 올해 참여자가 너무 없다는 독려 메일이 날아왔고, 늘 머리에만 있던 인망 블루 스토리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해 성과가 좋은 신입(예를 들어 입사 3년 이하)에게 인망 블루상을 주자! 이런 취지인 것이다. 혁신 아이디어의 제목은 ‘인망 블루상 제정’. 영화상에 대입하면 신인상 같은 거다. 젊은 직원들에게도 별도의 포상 기회가 주어지고 그로 인해 독려도 되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올라갈 수 있고, 기관에서는 루키를 육성하는 하나의 이벤트로 운영할 수도 있을 테고, 예산도 별로 들지 않는데다(1년에 30만 원), 무엇보다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거 아무래도 되겠는데? 그래서 제출했고 내심 수상을 기대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 이 이야기를 두 명에게 했다. D와 M.
D는 문체부에 내는 공모전인 줄 알았다며 회사 규모에 내는 거라면 당연히 입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재미있다는 뜻이다. M은 살짝 비웃으며 탈락이라고 말했다. 왜냐는 나의 질문에 평가위원들이 그 스토리를 다 읽지 않을 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결과는?
탈락이다. 총 4건을 뽑는데 난 4등 안에도 들지 못했다. 몇 등인지도 모르겠다. (M은 4등으로 입상했다.)
그렇다. 몇 년 안 있으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나는 아직도 회사를 잘 모른다. 이러다 은퇴하겠지. 이 레터는 일종의 한풀이다. (한숨)
참, 2025년 2월, 인망 블루로 퇴출된 민들레 색은 크레욜라에서 다시 한정판으로 재출시하다는 발표가 있었다. 힘센 루키에게 밀려난 시니어를 다시 찾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