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는 2(1991)가 완벽한 결말이었다. 아이 윌 비 백이라며 용광로에 들어가는 터미네이터 이후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는가 싶었지만 나왔고, 괜히 봤다. 이것도 총 몇 편의 속편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블레이드 러너>(1982)도 그 자체로 완결이었다.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레플리컨트다 아니다 말은 많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 아닌가? 반젤리스와 미래의 폭력적인 LA 야경은 미치도록 잘 어울리지 않던가. 드니 빌뇌브의 2049 반응이 좋긴 하지만 다시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스타워즈>는 잘 모르겠다. 어디서 멈추는 것이 맞는 것이었는지. 오리지널 1, 2, 3(이야기 순서상으로는 4, 5, 6)을 보고 스토리상 7에 해당하는 걸 봤을 뿐이다. <매드맥스>도 잘 모르겠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하나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경탄하며 봤다. 그것이 독립적으로는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속편으로 어떤 기능을 했는지 난 알지 못한다. 그럼 이렇게 투덜만 대다가 글을 마칠 건가. 아니다. 하나의 예외가 있다는 말을 하려는 중이다. 그건 <비포 선라이즈>(1995)다.
<비포 선라이즈>를 집에서 비디오로 봤다. 당시 나는 극 중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과 비슷한 나이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고, 영화의 마지막, 바흐의 소나타와 함께 그들의 빈자리를 훑는 장면에서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옆에서 나를 보던 모친이 그 입 좀 다물라고 했다. 완벽했다. 완벽한 엔딩이었다. 그런데 9년 후, <비포 선셋>(2004)이 제작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난 당시 ‘<비포 선셋>은 필요 없다 운동본부’의 임원을 맡고 있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커뮤니티에서 그런 소식이 올라올 때마다 격렬하게 이 영화의 속편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둥 정말 할리우드 놈들 왜 그러냐는 둥 하는 소리를 해댔을 것이다.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비포 선셋>이 개봉할 때 극장에서 봤다. 팔짱을 끼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두고 보자. 그런데.
좋았다. 9년 후, 그들은 30대 초반이 되어 파리에서 다시 만난다. 관객인 나도 같은 시간을 통과한 30대 초반이 되어 있다. 제시는 유명한 작가가 되어 파리의 서점에 출판기념회 건으로 방문한다. 거기에 셀린이 와있다. 제시가 뉴욕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를 타기까지 남은 시간은 85분.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다. 이번에 둘은 파리 골목을 다니며 대화한다. 에펠탑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파리 로케이션 영화다. <비포 선라이즈>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대화를 하고 영화는 그들의 대화에 집중한다. 제시가 셀린의 집에 가서 ‘A Waltz for a Night’를 듣는다. 그리고 춤을 추는 셀린의, “너 그러다 비행기 놓친다”는 말에 제시는 “나도 알아 I Know.”라고 말하고 영화는 끝난다. 20대 제시와 셀린의 대화와 그들이 다니는 공간, 비엔나도 좋았지만, 30대가 된 그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들과 같이 나이를 먹는 나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비포 미드나잇>(2013)은 아직 보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