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관에 가서 채용 면접관을 할 때가 있다. 심지어 이제는 면접 위원장을 하기도 하는데 지난주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모 기관에서도 그랬다. 별거 없다, 그냥 나이가 원인이다.
채용의 마지막 단계인 면접, 그 당락이 결정되는 15분에서 20분은 늘 팽팽하다. 다른 시간과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 지원자는 절실하고, 기관은 좋은 인재를 들이고 싶다. 난 면접자가 최대한 본인의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안 그래도 긴장했을 텐데 그 상황에서 압박을 가하기보단 비교적 편한 분위기에서 못하는 말이 없도록, 준비해 온 건 다 말할 수 있는 그런 면접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말귀를 잘 알아듣느냐가 나에게 관건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정답인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면접관이 묻는 말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바르게 하면 호감이 갔다. 의외로 이걸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썩 많지 않았다. 조직에 들어오게 되면 함께 일하는 사람과 어떻게 관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잘 알아들은 후 그에 관한 정확한 피드백은 필수다.
요즘은 살짝 바뀌었는데, 전반적인 에너지를 본다. 위에서 말한 ‘들은 말에 관해 정확히 판단하고 자신의 말을 할 줄 아는가’, 이것도 포함된 총합이다. 면접은 상호작용이다. 면접관이 묻고 지원자는 답변한다. 또다시 묻고 또 답변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고 빌드업되면서 차곡차곡 쌓이는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의 실체가 조직의 일원으로 꽤 긍정적이겠다, 싶은 그런 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럼, 그 사람을 선택한다.
지난주 진행했던 면접도 그렇게 진행했다. 그러던 중 일반 행정 계약직 면접이 시작됐을 때, 첫 지원자로 60대 정도의 남자가 들어왔다. 블라인드 채용이라 나이를 경력이나 자기소개서로 가늠할 수밖에 없는데, 경력이 꽤 되는 분이겠다 싶었지만 이렇게 60대가 들어오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그간 연령대가 높은 지원자에 대한 면접을 보기도 했었는데, 결과는 늘 아쉬웠다. 좋은 에너지가 쌓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분은 정확하게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했으며, 마음가짐이나 태도도 훌륭했다. 정말 경영지원팀의 허드렛일을 맡겨도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자기소개서에는 3년간 국가기관에서 일하셨다고 되어있는데 경력에는 관련 내용이 안 보이는데요.” 그에 대해 지원자는 채용 시스템에 경력을 최대 세 개까지만 쓸 수 있어서 쓰지 못했다면서, 삼성에서 명예퇴직을 한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9급을 따서 대전시청에서 3년간 일했고(여기까지의 경력이 지원서에는 없었다), 이후 7급 시험에도 합격해서 서울시청에서 주무관으로 일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쯤 되니 면접관들이 지원자에게 빠져들었다. 나의 마지막 질문은 “나이대가 다른 직원들과 일하시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였고 지원자는 전혀 그런 거 없다고 말했다. 15분의 시간이었지만 그분은 정말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젊은 분들이 저 때문에 힘들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상대에서 바라보는 말은 없었다. 그게 있었으면 100점이었을 테지만, 그래도 이미 충분했다.
15분이 흐르고 지원자가 물러간 후, 면접실에는 나지막한 리스펙의 탄성이 나왔다. 면접은 오롯이 상대에게 최대한 집중해야 하므로 다 끝나면 녹초가 된다. 하지만 이번 15분은 면접관 모두가 기분 좋은 바람을 맞은 느낌이었다.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이분의 당락에 대해서는 쓰지 않겠다. 딱히 보안 서약서를 쓴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자리에 대한 보안은 지키는 게 맞다.